뇌수두증은 뇌 속의 액체(뇌척수액)가 지나치게 고여 뇌실이 넓어지고, 높아진 압력(뇌압)이 뇌를 누르는 상태입니다. 다만 소형견은 아무 증상 없이 뇌실만 넓은 경우가 흔해서(저희 병원에서 찍는 소형견의 절반가량), 뇌실이 크다는 것만으로 뇌수두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고 MRI에서 뇌압이 올라간 다른 징후가 함께 보일 때 뇌수두증으로 진단합니다.
무엇인가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의는 같습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 뇌척수액(CSF)이 많이 쌓여 뇌실이 커졌다
- 그 때문에 뇌압이 올라갔다
정의는 간단하지만, 두 번째 조건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실제 진단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모든 아이가 같은 증상을 보이지는 않고, 다른 병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올 수 있어서 증상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증상이 있느냐 없느냐는 진단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 행동: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고, 불러도 반응이 늦거나 없습니다. 순하던 아이가 예민해지거나 반대로 기운이 없어지는 등 성격이 바뀌기도 합니다.
- 걸음: 비틀거리고 불안정하며, 뒷다리 힘이 먼저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향을 못 잡고 한쪽으로만 돌기도 합니다.
- 발작: 온몸이 굳으며 떠는 전신 발작이나 얼굴·다리 일부만 떠는 부분 발작이 올 수 있습니다. 처음 발작을 했다면 뇌수두증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 시력: 잘 못 보고 물건이나 사람에 부딪히며, 심하면 거의 보지 못합니다.
- 머리 모양(특히 어린 강아지): 정수리가 둥글게 솟아 있거나 천문이 열려 있고, 심하면 머리가 유난히 커 보입니다.
- 성장: 어린 강아지는 체중이 잘 늘지 않고, 또래보다 덜 움직이며 놀이나 학습 반응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MRI로 무엇을 보나요?
뇌실 크기는 MRI나 CT로 쉽게 볼 수 있습니다(천문이 아직 열린 어린 강아지는 초음파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것은 뇌압입니다. 뇌압을 직접 재려면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압력계를 넣어야 하므로, 검사할 때마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뇌실이 커 보이면 뇌수두증으로 짐작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20년 전 MRI로는 뇌와 뇌실 정도만 구분되어 진단 대부분이 뇌수두증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장비와 판독 수준이 좋아져, 원장은 다음 두 조건을 갖췄을 때 뇌수두증으로 잠정 진단합니다.
- 뇌수두증으로 설명되는 증상이 있다
- MRI에서 뇌실 확장 외에 뇌압이 올라갔다는 다른 증거가 보인다
여기에 뇌압을 낮추는 치료를 했을 때 증상이 뚜렷이 좋아진다면 진단의 근거가 더 확실해집니다. 대형견과 고양이는 이유 없이 뇌실이 커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소형견은 흔하다는 점도 판독할 때 함께 고려합니다.
뇌실 확장을 나누어 보는 기준
원장이 판독할 때 뇌실 확장을 개인적으로 나누어 보는 기준입니다(원장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뇌실이 몇 % 커졌는가’를 가장 많이 물으셨는데, 1970년대 논문의 “25% 이상이면 커 보이나 증상과의 관련은 불분명”이라는 내용이 오래 기준처럼 쓰였습니다. 소형견이 많은 국내에서는 그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뇌실 확장만 있고, 뇌압 상승의 징후도 증상도 없는 경우 — 단순 뇌실 확장(ventriculomegaly)으로 봅니다. 대개 우연한 발견이며, 나이 들어 대뇌가 위축돼 수동적으로 넓어진 경우(hydrocephalus ex vacuo)도 넓게 여기에 듭니다. 증상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뇌실 확장과 함께 뇌압 상승의 직접 소견이 있는 경우 — 대뇌 고랑이 사라지거나(sulcal effacement), 뇌실 주변 부종, 소뇌 탈출 등 뇌 탈출 소견이 보입니다. 대부분 보행 실조·발작 같은 심한 증상이 있고,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며 약물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 뇌실 확장이 있고 직접 소견은 없지만 간접 소견이 있는 경우 — 가장 애매한 그룹으로, 사람의 정상압 뇌수두증(NPH)과 비슷하게 봅니다. 뇌실 확장은 심한데 증상은 모호하고, 대뇌 위축, 내포 쪽으로 찢어진 듯한 뇌실 확장, 공뇌증 같은 소견이 보이기도 합니다. 느리고 반복적인 뇌압 상승에 대한 뇌의 반응으로 생각하며, 뇌수두증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시도록 권합니다.
실제로는 폐색 위치(뇌실 안·밖)나 뇌척수액 과생산·흡수 장애도 구분해야 합니다. 소견서에 “양측 측뇌실 확장(대뇌 반구 대비 30%)”처럼 짧게 적더라도 이런 고민을 거쳐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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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병원 MRI 검사
블로그 원문
이 페이지는 원장이 쓴 블로그 글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원래 글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강아지 머리에 물이 차 있다고요? — 뇌수두증 (블로그, 2025.08.13)
- 강아지의 뇌수두증 (블로그, 2025.08.13) — 위 ‘뇌실 확장을 나누어 보는 기준’ 부분의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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